코디터(이하 코): 안녕하세요!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.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.
미디엄레어(이하 미): 안녕하세요, 미디엄레어입니다.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고 짬 날 때마다 조금씩 뜨개를 하고 있어서 완성한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, 뜨개를 한 지는 3년 정도 되었습니다.
코: 3년이면 꽤 오래되었군요. 뜨개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? 물론, 제가 뜨개를 영업하긴 했지만(웃음), 그것만으로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.
미: 회사 친구가 뜨개를 하는 게 그냥 좋아 보였어요. 물론, 저랑 잘 맞고 재밌어야 계속할 텐데 막상 해보니,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투입하는 노동 시간 대비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. 그런데 저는 ‘완성’, ‘생산’을 하는 관점보다는 뜨개를 하는 시간 자체가 좋아요. 한 번에 이것저것 여러 작품을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?
코: 제가 정확히 그런 스타일이죠.(웃음) 다르게 말하자면 완성하는 것보다 과정을 좋아하는 거군요?
미: 네 맞아요. 저는 A를 안 끝내고, B를 동시에 시작하기보다는 A를 끝내고 난 뒤에 B를 시작하고 싶어요. 근데 그렇다고 해서 빨리 완성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. 드라마 볼 때, 좋은 드라마를 보면 회차가 끝나가는 게 아쉽잖아요. 그래서 한 작품이 다 끝나갈 때 마음은 반반이에요. 아쉽기도 하고, 설레기도 하고. 왜냐면 뜨는 시간 자체가 행복했던 건데, 어쨌든 얘랑은 헤어지는 거잖아요.
코: 뜨개를 하면서 만들어지는 편물보다는 거기에 담긴 시간이 소중한 거네요. 저랑은 너무 달라서(웃음) 너무 재밌고 신기하네요. 뜨개를 할 때,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? 어떤 종류의 긍정적/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나요? 저는 같이 뜨개를 하는 친구가 생겨서 긍정적이었지만 아닌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서요.
미: “나도 뜨개 좋아한다.”, “같이 하고 싶다.” 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주변에 많진 않았구요. 부정적으로 분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“엄청 특이하다 너.” 라는 나름 순화한 것 같은 반응도 있었어요. 확실하게 부정적인 반응이 있다면 명절에 시골집에 뜨개할 것을 들고 갔더니, 외할머니께서 “이건 남자들이 할 짓이 아니다.”라고 딱 선을 그어서 말씀하셨어요. 근데 딱히 뜨개를 못 하게 막지는 않으셨어요. 여자친구 선물을 뜨고 있으니까, 나중에는 할머니 것도 떠달라고 하셨던 적이 있네요. (웃음)
코: 아! 예전에 할머니 드릴 조끼를 뜨던 것을 본 기억이 나요.(웃음) 그렇다면, 뜨개를 대놓고 취미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편견이 좀 있는 것 같네요.
미: 어느 정도 있죠.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편견을 갖는 그런 취미나 단어인 것 같아요.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, “혹시 누나 있어요?”, “그래서 여성스러우시구나”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있었거든요. “너가 그래서 그렇구나~”라는 편견 있잖아요. 마치 MBTI 말할 때 I라고 하면 “그래서 말이 없구나, 그래서 집순이/집돌이구나”라고 말하는 것처럼 막연하게 편견을 갖더라구요. 근데 한국에서 엄청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서 무례하다고 느껴지진 않았어요.
코: 그래도 무례한 건 무례한 거죠. 근데 말하신대로 한국에서 그 무례는 너무 전형적이니까, ‘전형적으로 무례한 인간’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긴 하죠. 일일이 반응하긴 피곤하니까.
미: 모르는 것에는 편견을 가지기가 쉽잖아요. 직접 해본다면 왜 하는지 알 텐데. 해 본 적도 없고, 주변에서 뜨개를 하는 것을 많이 접하지 못하니까 이런저런 편견을 갖는 것 같아요. 그래서 저도 조금씩 용기를 내서 카페나 밖에 나가서 많이 뜨려고 해요.
코: 맞는 말이에요. 우리가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있잖아요.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편견을 갖고, 거리를 두는 것 같아요. |